우리 몸은 심장으로부터 혈액을 공급받는다. 심장은 수축할 때마다 동맥으로 혈액을 내보내고, 우리 몸에 산소를 배달한 혈액은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돌아간다. 궁금해진다. 동맥은 벽도 두껍고 그 안에 근육층이 있어서 압력을 높일 수 있는지라 먼 곳까지 혈액을 보내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벽도 얇고 압력도 낮은 정맥은 어떻게 저 먼 심장까지 혈액을 보낼 수 있을까? 발바닥에서 심장에 이르는 긴 경로를 이동하려면 중력에 역행해야 하는데 말이다. 답은 바로 정맥 판막(venous valve)이다. 일정 간격으로 위치한 이 판막들의 존재는 올라간 혈액이 다시 역류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판막들은 발바닥과 종아리 근처의 정맥에 많이 분포한다. 정맥 주위에 있는 근육도 정맥의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종아리 근육은 우리가 걸을 때, 특히 발끝이 아래로 내려갈 때 수축을 해 두꺼워지는데, 이때 근육과 인접해 있는 정맥벽이 눌리면서 혈액이 심장 쪽으로 갈 수 있는 거다.
하지 정맥류는 주로 무릎 아래쪽의 정맥에 생긴다. 정맥의 판막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해 위에서 아래로 혈액이 역류하고, 정맥의 압력이 높아져 정맥류가 유발된다. 문헌에 의하면 정맥류가 생기는 정맥에는 엘라스틴이라고 하는 탄력섬유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역류한 혈액이 들어와 정맥이 쉽게 확장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상당수의 질병이 그렇듯이 정맥류도 유전적인 영향을 받으며, 여성에서 분비되는 성호르몬도 정맥류 발생에 어느 정도 기여한다. 임신 초기 정맥류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도 임신중에 분비되는 호르몬이 정맥의 수축을 방해하기 때문이란다. 정맥류는 의외로 흔한 질환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남성의 40%, 여성의 32%가 이 질환에 걸린다고 하는데, 다른 문헌에는 성인 남성의 10-20%, 여성의 25-33%가 이 질환을 갖고 있단다. 남녀 비율이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에서 더 흔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치료를 받는 경우가 여성에서 더 많기 때문일 거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여성은 첫 임신 때 이 질환이 발병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다음 임신을 하면 병이 더 악화된다. 뚱뚱한 사람, 오래 서 있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도 이 병의 위험 요인이고, 몸에 꽉 끼는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정맥류의 위험인자 중 하나라고 한다. 정맥류는 그렇게 증상이 심하지 않은 질환이다. 대부분 미용상의 문제로 병원을 찾는데, 요즘같이 미모가 중시되는 시대에선 이것도 물론 심각한 증상일 수 있다. 좀 심해지면 다리가 아프고 불편한데, 이런 증상들이 계속되면 다리를 올리고 쉬는 게 좋다. 오래 서 있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종아리까지 오는 탄력 스타킹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간혹 가려울 수도 있는데, 이건 다리에 노폐물이 쌓여서 그런 거고, 주의하지 않으면 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 아주 심한 경우 출혈과 궤양, 피부 변색이 일어나며, 이 경우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정맥류를 진단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개 표피 정맥에 생기니 딱 보면 알 수 있는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를 밝은 곳에 세워 놓고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초음파를 해보면 정맥에서 혈액의 역류가 어떤 식으로 일어나는지도 관찰이 가능하다. 정맥류가 있을 때는 우선 탄력 스타킹을 신어보고, 일하는 동안 다리를 수시로 드는 연습을 해본다. 이렇게만 해도 상당부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그렇긴 해도 수술은 회복기간도 길뿐더러 환자에게 상처를 남기는, 학술용어로 말하자면 침습적인 방법이다. 더 간편하고 미용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던 사람들은 결국 다른 치료법을 개발해 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경화요법(sclerotherapy)이다. 이건 정맥 안으로 경화제를 주입해 정맥을 막아 버리는 거다. 원래는 경화제만 주입했는데, 기체랑 같이 넣어 주면 거기서 생긴 거품이 정맥 안의 혈액을 치워줘, 경화제가 더 잘 작용하게 해준다는 게 알려지면서 요즘은 같이 넣어 주는 게 추세다. 또 다른 방법으로 정맥 내 레이저 요법(EVLT: endovenous laser therapy)이 있다. 정맥 내에 가느다란 광섬유를 넣고 레이저를 가함으로써 정맥류가 생긴 정맥을 막아버리는 거다.
레이저를 가할 때 생기는 열이 정맥에 섬유화를 일으킨다는 게 그 원리. 이것 외에도 고주파 전류를 써서 정맥을 막는 방법도 나왔는데, 위에서 열거한 방법들은 수술에 비해 상처를 덜 남기고 회복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런 방법들이 얼마나 효과적인가 하는 거다. 나온 지가 몇 년이 안된 탓에 대규모 조사를 시행한 적은 없지만, 임상 의사들 사이에서는 “레이저나 경화요법이 수술보다 재발율이 높다”는 의견이 대세라고 한다. 수술을 해도 10년을 추적 관찰하면 재발률이 5%-60%에 달하는데, 그보다 더 재발율이 높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니, 나이가 젊은 사람이라면 레이저나 경화요법 같은 방법으로 치료를 할지라도, 50이 넘은 사람인 경우엔 수술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이힐을 신고 걸어다니면 근육이 그만큼 더 일을 하므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내가 잘못 해석한 게 아닌가 싶지만, 다음 문장이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이 결론은 하이힐이 정맥혈 순환에 좋지 않다는 일반적인 통념에 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음 놓고 하이힐을 신어라”고 하기엔 이 논문 한편은 너무 부족하다. 하이힐이 정맥류에 안전한지 여부는 좀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후에 얘기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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