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 그냥 저냥 지나갔습니다.
부모님께 특별히 해 드린것도 없고.. 거창한 선물이나 감사하단 말 조차도 말이죠...
제가 그렇게 무뚝뚝한 아들은 아닌데, 부모님께 표현이 잘 안되네요.. ㅠㅜ

오늘은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저희 아버지는 다리때문에 3급장애를 가지고 계십니다.
선천적인 질병때문이 아니라...
어릴적 전쟁통에 고모님께서 그네를 밀어주시다가 그네에서 떨어지셨다네요.
그때 상처가 다리에 생겼는데, 전쟁통에 약 구할때도 없고 해서..
할머니께서 그 당시 만병통치약이었다던 된장을 발라 주셨다는... ㅠㅜ
계속 곪아가는 아버지의 다리를 보고 할머님께선 수소문해서 군의관을 데리고 왔다 합니다.
군의관이 여기저기 살피더니.. 너무 늦었다고 하더랍니다.
"페니실린" 이라고 아시나요? 그때는 그게 덧난데는 만병통치약이라고 했었는데,
조금만 일찍 주사 한방만 맞았어도 지금 아버지의 다리가 그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고 하십니다.





몇해전...
아버지께서 한쪽 다리에 기브스를 하셨었습니다. 일하시다가 다치셔서 금이 살짝갔다고..
불편하신 다리가 아니라 괜찮은 다리를 다치셔서 목발을 짚고 다니셨었죠...
다치셨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부모님 집으로 갔습니다.
이미 기브스를 하고 계셨는데, 치료하는 날이라 병원에 가야한다고 하시더군요...
아버지는 저한테 알리지 않으려고 하셨는데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부모의 심정은 그런가 봅니다.. 자식들에게 힘이 되고 싶지, 피해가 되기는 싫은... 그런 심정이요..
평생을 한쪽다리를 절뚝이며 살아오셨는데 성한 다리를 다치셔서 걸음을 못 걸으시더군요.
목발이란것도 내몸을 지탱해줄 힘이 있어야 잘 쓸수있는 것인데, 많이 연로하셔서 목발도 잘 못쓰시고..
그냥 제가 아버지를 등에 업고 병원에 갈 차가 있는 곳까지 갔습니다.




혹시... 성인이 되어서 아버지를 등에 업어 보신분 계신가요?

저는 처음이었습니다. 내 아버지가 이렇게 야위셨는지... 이렇게 따듯한 분이었는지...
내가 어릴때 밤낮으로 업어서 달래시고.. 재우고 하셨을텐데 말이죠..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겨우겨우 참았네요...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아버지... 그 불편한 몸으로 가족들 먹여 살리시느라 안한일이 없으셨죠..
길거리 사탕장사를 시작해서.. 고물장사... 철물점... 어깨넘어로 배우셨다는 기타도 수준급 이십니다 ^^
힘들만도 하셨을텐데 자식들 앞에서는 한번도 힘들다 얘기도 안하셨습니다.
무뚝뚝했던 우리 두형제도 어릴때는 몰랐죠...
형과 제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은뒤 아버지를 보니...
세월의 흔적이 아버지의 얼굴에.. 손마디에.. 고스란히 남았더군요...




아직 한번도 아버지의 손을 잡아보지 못한 분들... 많이 계시죠?
아버지의 손을 잡아보면 자신이 아이였을때 생각이 날겁니다.
아버지께서 내 손을 잡고 간지럽혀주던일... 항상 니가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던 모습..
아버지와의 아득한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군요...

꼭 어버이날이 아니더라도...
아버지의 두손을 꼭 잡아보는건 어떨런지요...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라이프코리아트위터 공유하기
  • shared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