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유통업에 근무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입니다.
흔히 말하는 중간유통업체.. 즉 도매상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벌써 10년째네요...
다름이 아니라 현재 제가 일하는 업종에서 일어나는 진귀한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 하는데요,
제목처럼 도매상 잡아먹으려는 도매상... 선뜻 이해가 안가실 듯 합니다.
조근조근 설명해 드릴테니 이런 시장 구조가 맞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업종에 상관없이 유통이라하면 아래와 같은 사이클로 이어집니다.




1차측인 공장에서는 유통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고,
2차측인 중간유통 도매상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공급받아서 소매점에 납품하는 유통전문 업체 입니다.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한 유통구조를 가진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아주 난리가 아니랍니다.


제품이 유통되는 과정을 예를 들어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단적인 비교로 제조 공장은 하나라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생산자가 생산원가 1000원 짜리 다음이란 연필을 만들어 냅니다. 생산자도 일정한 마진을 봐야 먹고 살기 때문에
마진을 더하여 1200원에 중간유통 업체인 도매상에게 납품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도매상은 1200원에 받은 다음 연필에 일정한 마진을 붙여 1400원에 소매점에 납품을 하고,
소매점은 적절한 가격을 받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다음 연필을 판매하게 됩니다.



자~~ 문제는!!


1. 돈많은 놈이 장땡!!

많이 사가는 도매상... 그러니까 매출이 좋은 도매상이 1원이라도 더 싸게 가져간다는 이야기 입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유통질서가 문란해지기 시작합니다. 다음 연필을 판매할 수 있는 도매상이 몇군데 라고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생산하는 공장입장에서 여기저기 제품을 주는건 아니지만, 일정한 자격요건이 되면 1차적 생산자와
거래할 수 있는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한달에 1000만원을 쓰는 도매상과 겨우 200~300만원을 쓰는 도매상이 있다면 아무래도 1000만원을 쓰는 도매상이
제품을 조달받는 단가적인 측면에서 유리하게 적용됩니다.
그리하야~ 한달에 1000만원을 쓰는 도매상에겐 1100원에 그 이하의 도매상에겐 1200원에 제품을 납품하게 되는데...


2. 시장단가 파괴의 시작!!

다음 연필을 1100원에 납품받은 도매상과 1200원에 납품받은 도매상의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우리가 시중에서 구매하는 물건들은 대부분 시장단가(도매상들이 소매점에 판매하는 단가), 그리고 소비자단가(소매점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단가)
들이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근데 룰을 지키는 사람이 없다는거...
그래서... 1100원에 납품받은 도매상은 단가에서 우위에 놓여있기 때문에 종전의 시장단가.. 즉 1400원에 납품하지 않고,
1300원 언저리에서 판매를 합니다. 왜냐하면 거래처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죠... 경쟁력 있는 단가로 밀어붙이는...
그럼 1200원에 받은 도매상은 굶어 죽을수는 없기에 제살 깍아먹는 식으로 종전에 1400원에 납품하던것을 1300원 언저리에..
비슷하게 판매를 합니다. 규모가 작은 도매상의 출혈이 시작되는 거죠...
이 단계를 잘 극복한 도매상은 나중에 탄탄한 도매상으로 성장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쓰러지는 도매상이 종종 생겨난다는...ㅠㅜ
이처럼, 자금력이 빵빵하고 시장을 떡 주무르듯이 주물럭 거리는 거대 도매상이 등장하게 되면 그 이하의 도매상들은
거대 도매상이 얼마에 판매하는지 슬슬 눈치를 보며 따라 가기 시작합니다.


3. 광분해도 안되는 중간 도매상!!

" 아!! 이거 해도해도 너무 하자나요!! 아무리 많이 쓰고 현금 준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
드디어 중간 도매상들의 반란이 시작됩니다. 거대 도매상이 공룡같은 몸집으로 불어나서,
급기야는 기존의 시장단가인... 즉 공장에서 나머지 도매상에게 주는 1200원에 판매를 시작합니다.
안그래도 중간 도매상은 울며겨자먹기로 종전에 1400원에 판매하던것을 거대도매상 때문에 1300원에 판매를 했는데,
이 거대도매상이 덩치를 더 부풀리더니 공장에 아예 OEM 생산방식으로 1000원에 공급받아 1200원에 공급을 합니다.
중간 도매상들이 너도나도 공장에 전화를 걸어 죽이네 살리네 아주 난리가 나죠...
공장의 대답은 한결 같습니다. " 그 업체는요... 한달에 3천만원 쓰구요, 물건 받으면 바로 현금결재 해주시거던요... "
아놔~~ 이렇게 얘기하면 정말 할말이 없어 집니다. 기존에 500만원 정도 판매하던곳이 어떻게 저 매출을 따라 갑니까?
이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거래처 뺏길세라, 중간 도매상만의 피터지는 리그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아주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 보았지만... 지금 제가 일하는 유통업계에 일어나고 있는 현실 입니다.
예전에는 " 다 같이 잘 팔아서 잘먹고 잘살자!! " 라는 의미가 깊었는데.. 지금은 " 나만 잘먹고 잘살자!! " 로 바뀌었습니다... ㅠㅜ

이 거대도매상의 특징이라고 하면, 제품 하나를 골라 그 생산자를 불러 현금 다발을 보여주고,
" 입고 즉시 결재 하겠으니, 매우 매우 매우 매우 x 100,000 의 단가로 제품을 공급해 주십시오 " 라고 이야기 합니다.

공장들이 매출이 좋을때야 이런 제안을 심사숙고 하겠지만,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이런 제안은 정말 솔깃하겠죠.
그래서 생산자가 제안을 수용하고 거대도매상에 납품을 하게되면, 거대 도매상의 납품단가 윤곽이 바로 드러나게 됩니다.
이때부터 중간도매상의 한숨 쉬는 소리가 시장에 가득하게 되는데... 정말 어쩔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그런데, 이런 피튀기는 단가 싸움이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되어 저렴하게 제품이 공급되면 다행이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소비자 가격은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갑니다. 도매상만의 피튀기는 리그... ㅠㅜ




제가 아는 한 제조 업체는 거대도매상과 거래는 하지만 제품을 전량 출고 시키지는 않는 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기존에 자신의 메이커로 출시된 제품들이 어느정도 단가도 정해져있고 인지도도 형성되어 있는데,
그 업체에 많은 물량을 싸게 공급하게 되면 기존에 거래하고 있는 중간 도매상들에게 상도를 지키지 못하게 되는것과,
시장단가가 무너지면 생산자에게도 언젠가 피해가 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그 도매상을 거래하던 몇몇의 생산자들이 발을 뺐다는 얘기도 종종 들을수 있었습니다.

빵빵한 자금력으로 제품을 싸게 구매하여 자기 물건 자기가 싸게 팔겠다는데 뭔 말이 그렇게 많냐고 하시겠지만...
제가 유통하고 있는 제품군들이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크다 할 수 있는 시장입니다.

시장안에서 어느 정도의 상도를 지키고 제품 단가를 무너트리지 않는 것은 업체들간에 무언의 약속과 같은 것 입니다.
누군가 정해놓은것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상도를 무시한다면 분명히 그를 노리는 적군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일수는 있겠지만, 적을 많이 둔다는 것은 그리 좋은 현상만은 아닌것 같더군요...





어디다 투덜거릴때가 없어서 제 블로그를 이용해서 투덜거려 봤습니다 ^^
몇일째 감기 몸살로 아주 미치것습니다. 회사도 이틀이나 조퇴하구 말이죠.... ㅠㅜ
선거철만 지나면 이노무 비수기도 마무리 될것 같은데 미리미리 체력보강 해야겠습니다. 이노무 저질체력...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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