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녀석은 제 큰 딸 입니다. 올해 중학교 3학년 이구요, 내년에는 고등학교에 간답니다. 징글징글 말도 안들어요 ㅋㅋㅋ
어제는 아이 엄마가 둘째와 막내를 데리고 엄마들 모임이 있다고 저녁 먹으러 간다 해서 큰 딸과 둘만 있게 되었습니다.
오전에 큰 딸이 몸이 안좋아서 분당서울대 병원에 다녀오다가 아이 엄마가 저녁 약속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큰 맘 먹고, 큰 딸과의 첫 데이트를 강행 하기로 하였습니다. 딸을 키우는 아빠들은 잘 아시겠지만,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때는 완전 딴판이란거... 아시죠? 좀 다가가기도 겁나구요, 왠지 거리감도 느껴지구 말이죠... ㅠㅜ
이때가 기회다!! 제가 좀 무뚝뚝한 편이라 평소에 아이들과 얘기도 잘 나누지도 못하고 미안했는데 잘 됐다 싶었지요...

일과 후에 큰 딸을 차에 태우고 저녁을 먹으러 시내로 향했습니다.

" 딸아~ 저녁 뭐 먹을래? 너 먹고 싶은거 오늘 아빠가 쏜다~~ "

" 음... 나 소고기 사줘... 고기가 먹고 싶어 "

" 그래? 아라따. 내 오늘 소고기가 뭔지 확실히 보여주마 ㅋㅋㅋ "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음식점으로 향하던 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내가 그 동안 외식을 하더라도 너무 내 중심으로 메뉴를 고른것 같은데...? "
사실... 제가 좀 가리는게 많습니다. 그 싱싱하다는 회도 안먹구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는 파스타 같은 약간 느끼한
음식도 안먹는 답니다. 아이 엄마와 아이들은 좋아하는데 제가 안먹기 때문에 쉽게 가자는 말도 못하더라구요... ㅠㅜ
그래서, 큰 딸한테 슬며시 물어보았습니다.

" 인애야... 너 파스타 안 먹고 싶냐? "

" 헐... (요즘 애들은 뭔 말만하면 헐.. 이게 먼저네요 ㅋㅋ) 아빠 파스타 안좋아하자나? 나야 좋하지만... "

" 거기서 파는게 파스타 밖에 없겠냐? 다른것도 있겠지 뭐... 그냥 파스타 먹으러 가자. 어때? "

" 헐~ 우리 아빠가 왠일이지? 그래, 아빠 우리 파스타 먹으러 가자 "


그리하야~~ 두가지 메뉴와 음료수 한가지씩을 시켜놓고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음식명도 엄청 길더군요... 주문 받는 사람도 주문확인 한답시고 불러주는데 더듬데요... ㅋㅋㅋ

기다리는 동안 딸아이와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말... 자상하지 못했던 아빠의 이야기... 등등...
얘기를 나누면서 딸아이한테 너무 미안하더군요... 아빠가 되서 어찌 이렇게 무관심하게 살았는지 말이죠...
식사후에 근처에 있는 화장품가게에 가서 립밤과 핸드 크림을 선물로 사줬습니다.
얼마되지 않는 작은 선물에도 기뻐하며 웃고 있는 딸아이를 보고 있으니, 꼭 돈을 들여서 선물을 해야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네요...

집으로 돌아가는길...

" 아빠... 나 오늘 집에 가서 일기 쓸래... "

" 엥? 안쓰던 일기를 왠일루 쓴다 그러냐? "

" 오늘 아빠랑 첫 데이트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말이지... ^^

  아빠... 오늘 맛있는것도 사주시고, 좋은 선물도 사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아빠하고 같이 있던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아마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것 같아요....


  이렇게 쓰려구... ^^ "

" 그래.. 인애야... 고맙다... 니가 지금 한말을 아빠 가슴에 잘 담아뒀으니까,
  너두 가슴에 잘 담아두거라... 종이에 새기는 것도 좋지만 어쩔때는 가슴에 새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다... "


저는 평소에 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 공부나 친구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 하지 않는 편입니다.
대신에 항상 꿈을 가지라고 이야기 합니다. 저의 유년시절과 청소년시절을 생각해보면 어린시절 꿈을 잘 간직하지 못하고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성인이 된 것 같더군요... 저의 지난 인생중에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이 꿈을 잊고 살았다는 것입니다.
에구... 이제와 후회해 봐야.. 뒷골만 땡기고... ㅋㅋㅋ

하여튼... 딸 아이와의 첫 데이트는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다음에는 둘째 딸과 데이트 하려구요 ^^
큰 딸을 매일 아침 학교에 데려다 주는데, 어느날 뒷차에서 같은 학교 여자 아이가 내리면서 아빠 볼에 뽀뽀 해 주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큰 딸한테 " 아빠는 뽀뽀 안해주냐?" 하고 물었더니, " 헐... 아빠 제 정신이야? " 라고 대답하더군요.
딸 키우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중학교 여자아이가 아빠한테 뽀뽀한다는거... 그거 쉬운일 아닙니다. ㅋㅋ
그래서 굳게 마음 먹었습니다. 언젠가는 큰 딸한테 뽀뽀를 받기로 말이죠. ㅋㅋㅋ

딸바보 소리 들어도 좋습니다. 사랑하는 딸에게 뽀뽀를 받을수만 있다면요 ^^
앞으로 8월7일의 딸 사랑은 계속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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