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이병생활 적응기 두번째

 

다시 오랫만에 해병대 이야기를 하게 되었네요. 글빨이 좋은 작가도 아닌데 너무 띄엄띄엄 연재글을 올리나 봅니다. 죄송합네다... ㅠㅜ

 

지난 글 "본격적인 해병대 이병생활 적응기" 에 댓글이 하나 달렸는데요... "울 아들 수료후 자대 배치 받은지 2주. 흥미롭게 글 읽다 무서워서 차마 다 읽지 못함" 이라는 댓글을 어느분이 주셨습니다.

 

음... 아직도 20년 전 처럼 극명한 상명하복을 지킬수도 있고, 조금 느슨해졌을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미친 전통이라 이야기 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이 해병대의 일원이 되는 과정이고 적응하는 단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쇳덩이를 두들기는 과정이 있어야 더욱 단단하고 견고해지듯이... 대한민국을 지키고 부모와 가족의 안전을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군인들이라면 어느 정도의 고생은 감내해야하는것이 아닌가 합니다. 특히, 해병대의 경우 지원이기 때문에 이를 악 물고 버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필자의 경우 그런 생활들을 통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도 어떤 힘든일이 생겨도 이겨낼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제 인생의 용광로가 해병대였죠.

 

해병대에 귀한 자식을 보낸 부모님들... 전역할때쯤이면 더욱 견고해지고 늠름한 아들을 가슴속에 품게 될것이니 너무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촤아~ 오늘은 해병대 이병생활 적응기와 에피소드. 그 두번째 이야기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군인인가? 가정부인가?

 

난생 처음 경험하는 하루가 또 밝았습니다. "여긴 어디? 난 누구?" 이런 생각은 이병 딱지를 뗄떼까지 계속됩니다. 시키는것만 해야하고, 잡생각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귀신같은 선임들은 이놈이 잡생각을 하는지 안하는지 까지 휜히~ 다 보고 있는듯 하더군요.

 

이제 막 시집온 새댁처럼 누구보다 먼저 읽어나 침상을 정리하고, 각을 잡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각 내무실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성 "병사떠나~ 15분전!!"

 

저와 동기는 배운대로 일사분란하게 고히 잠들어 있는 선임들을 깨우기 시작합니다.

 

"ㅇㅇㅇ 해병님. 병사떠나 15분전 입니다"

 

선임들이 일어나게 되면 침상을 다 정리해야 합니다. 시아버지 이부자리 정돈하듯 말이죠 ^^

 

이렇게 새벽이 시작되고 수평선에 떠오른 해를 보며 하루가 시작됩니다. 백령도의 아침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공기도 아주 좋구요. 군생활하는 동안 감기한번 걸리지 않을 정도로 정말 좋답니다.

 

그러나!! 이런것을 느끼는 것은 병장정도 되야 느낄수 있죠. 쫄병은 아름다운것을 느낄수 없습니다. 금강불괴가 되어 어느것도 느낄수 없는 것이 쫄병. 시키는데로만 하고 밥을 먹어도 느끼지 말고 귀신같이 먹어치워야 하는 인생이죠.

 

 

아침 구보

 

오전에 병사를 떠나서 인원파악을 하고 연병장으로 향합니다. 훈단에서 배운 군가를 연신 부르며. 이게 말이죠... 쫄병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괴성을 지른다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무조건 큰 목소리... 쫄병들의 전유물이죠. 훈단의 훈련이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당직하사의 구령에 맞춰 구보가 시작되고. "군가는 팔각모 사나이~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총알처럼 튀어 나가는 쫄병들의 함성 "파~알 각모 얼룩무늬~ 바아다의 사나이~ 검푸른 파도타고 우리는 가안다~~" 정말 목이 터져라 외쳐야 합니다.

 

육지에 있는 부모님이 들으수 있도록 엄청난 괴성을 질러야 하죠. 나름 기합든 목소리로, 뒷골까지 땡기는 엄청난 함성으로 군가를 부르고 있을때쯤 뒤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 이 시끄러운 와중에도 그 목소리가 귀를 파고 듭니다.

 

"목소리봐!! 개XXX들 기합 빠져 가지고!!"

 

헐~~ 이 이상 더 어떻게 목소리를 크게 낼수 있단 말인가. 태어나서 이렇게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는게 처음인데... 아마... 2002년 월드컵때도 그렇게 큰 소리를 질러본적이 없는것 같군요.

 

이렇게 아침부터 긴장의 연속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구보가 끝나면 중대 주변을 청소하게 됩니다. 배수로부터 시작해서 구석구석 쓰레기를 줍습니다.

 

이때 알았습니다. 군부대가 왜 그렇게 깨끗한지를... 아침 점식 저녁으로 정돈하고 청소하고 그냥 걸어가다가도 쓰레기를 보면 줏어서 주머니에 넣으니까 말이죠. 사회에 나와서도 이렇게 했다면 선진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일조를 했을 겁니다 ㅋㅋㅋ

 

 

내가 누군지 알아?

 

구보와 청소를 마친후 중대에 복귀하여 아침식사 시간까지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쫄병에게 휴식이 있겠습니까? 그냥 멍때리고 앉아 있는거죠. 드디어 "식사정렬!! 총 병사떠나~" 라는 말이 스피커에서 나오자마자 중대를 뒤흔드는 우렁찬 함성 "총~~ 병사떠나~~"

 

"이건 또 뭐야?" 이런 생각을 할때쯤. 내무실 선임의 한마디.

 

"니들은 총 병사떠나 안해?"

 

그제서야 어리버리 저와 동기는 "총~~~ 병사떠나~~" 라고 외치면 쏜살같이 밖으로 뛰쳐 나갔습니다. 정말 하루하루가 새롭습니다. 심장은 매초마다 쿵쾅거리고...

 

군가를 부르며 식당에 도착. 병장선임들부터 입장이 시작되고 쫄병인 맨끝으로 입장 합니다. 맨끝으로 입장에서 제일 먼저 나가야 됩니다. 쫄병이라고 주계에 있는 선임들이 밥과 반찬도 엄청 많이 줍니다. 그러나, 기합든 쫄병들은 밥을 마시듯이 후다닥 처리합니다.

 

주전자에 물을 받아 주계 주위를 한바퀴 돌아야 합니다. 식당주변 청소라는 의미가 있기 하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의 인계사항을 전해듣는 방법으로 이용되는 것이더군요. 은밀하게.. 위대하게 말이죠 ^^

 

인계사항을 받고 잃어버리지 않게 계속 되뇌이면서 중대로 향하고 있는데... 5미터 앞에 보이는 선임해병.

 

"필승!!"

 

곧바로 경례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나가려는 찰나~

 

"야! 쫄병!!"

 

"네!! 이병 박헌수!!"

 

여기까지는 아주 좋았습니다. 제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훈단에서 배운데로 아주 절도있도 기합든 목소리로 경례를 했으니까 말이죠. 그런데... 이게 잘못된것이 아니였습니다.

 

그 선임 대뜸 묻더군요. 자신의 명찰을 가리고...

 

 

"내 이름이 뭐냐?"

 

"........................." (꿀을 사발로 먹고 벙어리 된 나)

 

"내 이름이 뭐냐고!!!"

 

"..... 알아보겠습니다!!"

 

큰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쫄병은 말문이 막히면 이게 정답이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마침 옆을 지나가던 일병선임을 붙잡더니... 헐~ 따귀를 갈기더군요... 이게 뭔 시츄레이션인가? 안그래도 멍때리는게 주 임무였던 저의 머리는 완전 백지가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일병선임과의 대화.

 

"야!! 쫄병이 선임 이름을 모르면 되냐 안되나!!"

 

"안됩니다!!"

 

"근데 왜 모르냐. 입도한지 3일이나 됐는데 모른다는게 말이되?"

 

"알아보겠습니다!!"

 

"오늘 일병 5호봉부터 내 밑에까지 전부 집합!!"

 

" 네!! 알겠습니다!!"

 

한쪽 볼이 벌개져서 저를 죽일듯이 쳐다보는 일병선임. 저는 필사적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다른 곳을 보았는데. 하필이면 따귀를 때린 선임과 눈이 마주치는 거지같은 상황발생.

 

"이 색히가 선임하고 눈을 마주치네? 아나이~"

 

이게 말이 됩니까? 저를 밟아 죽이겠다는걸로 밖에 들리지 않는 이야기... 정말 그 선임 얼굴은 그날 처음 봤습니다.

 

이리하야~ 아침부터 사고 아닌 사고를 치고야 말았습니다. 저의 죄목은 선임얼굴과 이름 외우지 못한것... ㅠㅜ 아~~~~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습니다.

 

이병의 하루는 빡세게 시작해서 더 빡세게 끝납니다. 군가처럼 보럼찬 하루가 됐는지 어쨌는지 느끼지도 못하고 멍때림의 연속으로 하루가 후딱 지나가 버리죠. 나중에는 무서운 선임이 보인다 싶으면 도망까지 다녔다는 ㅋㅋㅋ

 

 

군대라는거...

 

요즘 밴드를 만들어서 거의 20년만에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근무한 곳은 다 다르지만 이병생활은 어디나 다 똑같더군요. 힘들고 고된 이병생활이었고, 악마같은 선임해병들이 무섭고. "꼭 이렇게 까지 해야되나?"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덕분에 군생활을 무사히 마칠수 있었습니다.

 

뭐든지... 처음이 힘듭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힘든데 거기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 더 힘들어지겠죠. 군생활이 그런것 같습니다. 보이스카웃 야영온것도 아니고 그냥 될때로 되라 면서 대충대충 하려고 하면 절대 적응 할 수 없습니다.

 

군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싶다면 빠른시일내에 완벽하게 적응하는 것이 가장중요하다 생각되는데. 관심사병, 총기난동 등의 단어는 적응기간을 놓쳐버린 이들의 실수라 볼 수 있습니다.

 

필자의 군생활때는 구타도 있었고 악습이라 생각하는 것도 많았지만 잘 이겨냈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이라는 것은 한결 같습니다. 누구나 다 이겨낼 수 있습니다.

 

물론, 일명 고문관이라 불리는... 지금의 관심병사 정도가 되겠네요. 이런 후임들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들은 나몰라라 하지 않았고 따돌리지도 않았고... 오히려 적응할 수 있도록 더 거세게 밀어부쳤습니다. 때려죽여도 적응하지 못할것 같은 후임들은 잘 적응하기 시작했고 어느정도 짬밥이 되면 그때를 생각하며 농담을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의 군대가 예전같지 않다" 라는 말이 자주 듣습니다. 필자의 생각엔 예전 군대가 더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대한민국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군대를 가야하는 징병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군에서 모든것을 책임져야 합니다. 관심병사가 되는 것도 다 군의 책임입니다. 적응하지 못하게 만든것도 해당부대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그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친구끼리 지원해서 같이 생활하고, 계급별로 생활을 하는 등의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말 그대로 미봉책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건 제도를 계획한 높은분들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부대원들을 내 자식처럼 대하고 아껴주는 것은 부대장과 이하 통솔권을 가진 분들의 당연한 덕목 입니다. 그러나, 회초리를 들때는 확실하게 들어서 내려치고 감싸 않아줄때는 그 어느것이와도 보호해 줄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본론은 이게 아닌데 자꾸만 길어지네요 ^^

무수한 에피소드들이 많습니다. 생각나는데로 이어갈 예정이니 자주자주 놀러와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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