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해병대 이병생활의 적응기


 

지난 시간에는 해병대 훈련단을 수료하고 인천 2함대를 거쳐서 백령도에 입도했던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내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싸대기를 맞았던 이야기 까지였죠? ㅠㅜ

 

오늘은 본격적인 해병대 이병생활의 적응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누누히 말씀드리지만... 뎁따 오래된 이야기 랍니다. 18년 정도된 이야기니.. 뭐 이런인간들이있어? 라는

생각은 좀 접어두시길... 그땐~~ 그랬답니다 ^^

 

 

 

 

 

어리버리 서울촌놈의 이병생활


 

 

한차례 싸대기를 맞고 멍~ 때리고 있는데... 내무실 최고참이 그만하라면서 말리더군요.

천사죠... 천사... 그리고나서 저와 동기에게 체스트(관물대 ?)에 짐을 풀어 놓으라고 이야기를 하고..

바로 위의 선임 해병이 (기수차이가 무려 27기가 났다는...) 체스트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더군요.

 

이건 뭐... 밖에서 들은데로 무조건 각을 잡습니다.

전투복이고 휴가복이고 옷걸이에 걸어쳐 팔소매를 안으로 집어넣고 각을 척~척 잡습니다.

각 잡기 힘든 내피(깔깔이)도 옷걸이에 걸어서 각을 잡는데... 이건 뭐... 적응 불가... ㅠㅜ

 

침구류는 물론이고 침상아래 워커, 딸딸이(슬리퍼), 운동화... 무조건 오와열!! 각잡기!!

신발 코가 측면에서 봤을때 일렬이 되도록 앞열을 맞추고. 뭐든지 정리정돈이 확실하게끔 하라는

어명을 받았습니다.

 

군생활 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무실에 신병이 들어오면 짧으면 몇개월 선임이 후임을 받는데... 어떻게 된 사연인지...

제가 간 내무실은 바로 위의 선임이 상병 계급의 선임이었습니다. 그것도 낼모레 병장을 기다리는

선임이 말이죠...

 

여튼간에...

선임해병이 여기 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부대안과 식당 등등... 이곳 저곳을 갈켜줍니다.

같이 다니면서 한가지 이상한 것은... 다른 선임해병들이 우리 둘을 보는 눈빛이 살기를 느낄만큼

장난이 아니였다는거... 우리가 뭐 크게 잘못한것도 없는데 말이죠.... 그러던중... 잠시 우리를

데리고 다니던 선임해병이 가만히 서있으라 하고 자리를 잠시 비운찰나...

 

 

 

누군가가 닌자처럼 소리없이 다가 옵니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우리 둘에게...

 

"너희 둘은 내가 전역하는 날까지 뒤질 각오들 해라..."

 

엥? 이건 또 대체 무슨소리인지... 아무리 아무것도 모르는 쫄병이고 일부러 기합잡는다고는 하지만

밑도 끝도 없는 협박성 발언은 대체 뭣 이란 말인가... ㅠㅜ

 

여기서 콩트 한편이 나옵니다. 그말을 들은 저와 동기놈이. 세상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예!!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절대~ 절대~~ 그 선임해병에게 엿을 선물로 드리는 의미는 아니였구요...

배운게 도둑질이라... 쫄병은 신속한 동작과 우렁찬 목소리가 생명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에 배운것을 그대로

써먹었을 뿐이었죠...

 

그 순간...

닌자같은 선임해병은 물론... 주위에 있던 하사관 다른 해병선임들까지 우리를 처다보게 되니...

무슨 여단장이라도 온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죠. 모르면 무식하다고... 쫄병이 이렇답니다. ㅋㅋㅋ

 

 

우리를 방치하고 사라졌던 내무실 맞선임이 소리를 듣고 나타났습니다.

 

"쫄병!! 누가 뭘 물어봤길래 큰소리로 대답을 했냐?"

 

쫄병둘은 벙어리 모드... 아무리 생각이 없는 쫄병이라 하지만... 그걸 어떻게 말할수가 있을까요... ㅠㅜ

그래서... 뚫린 입이라고 대충이야기 했습니다.

 

"저기 계신분(ㅋ)이 군생활 잘할수 있게 도와준다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라고 말이죠...

 

이렇게 하여... 사건은 일단락된듯 했지만... 그날 밤... 더 큰 사건이... ㅠㅜ

 

 

쫄병은 시키는 것 빼고 아무것도 하면 안됩니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맘대로 하다가는... 이것이 곧 사고로 이어질수 있기 때문이죠.

한... 3개월 까지는 거의 머슴살이라고 생각하는게 편하답니다 ㅎㅎ

 

 

 

저녁식사시간... (해병대에서는 식당을 주계라고 부릅니다)

식사정렬 15분전 5분전이 방송되고... 총~~ 병사떠나~~ 라는 방송멘트가 끝나자 마자...

우어~~ 병사 온 전체가 쩌렁쩌렁 울리면서 "총~~ 병사떠나~~" 라는 함성이...

그리고, 문열리는 소리와 함께 주전자를 들고 집합장소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선임해병들...

대체 이게 뭐야... 여긴 어디고... 난 또 누군가... ㅠㅜ

 

남들이 뛰니까 나도 뛰어야겠다는 강한 생각이 뒷통수를 때리자마자.

동기와 저는 총알같이 뛰어나갔습니다. 우린 집합장소도 모릅니다. 그냥 남들이 뛰는 방향으로

뛰는거죠. 가서 어디에 서야 할 지도 모르지만.. 일단 뛰고 봅니다. ㅋㅋㅋ

 

살기등등한 중대 선임해병들을 모두 모아놓은 자리... 그리고 첫 대면...

어딜 보고 있어야 할 지 모르겠고... 극심한 정신적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을 무렵...

다른 선임 해병들 손에... 각 내무실마다 하나씩 들고 있는 주전자... 우린 왜 없지?

잘 살펴보니... 내무실 맞선임 손에 주전자가 들려 있더군요. 그려~려니~ 했습니다. 미쳤죠? ㅋ

 

주위에 주전자를 들고 있는 선임해병들의 매서운 눈초리가 한꺼번에 쏟아졌습니다.

저랑 눈이 딱 마주친 선임해병이 눈빛으로 우리 내무실 맞선임이 들고있는 주전자를 째려보고...

그제서야... "아.. 저거 내가 들어야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주전자를 빼앗다 싶이 해서

들게 되었습니다. 이런 간단한것부터 모든걸 배워나가야 한다니... 까마득 하더군요...

 

 

군가를 힘차게 부르면서 발맞추어 주계로 향하는길... 주계 앞에 멈춰서고...

줄을 맞춰서 입장 합니다. 여기서 뉴페이스의 등장~ 바로 중대원의 영양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주계 선임해병들... 워~~ 선임해병들 눈빛은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ㅠㅜ

 

 

 

밥은 주는대로 먹습니다. 절대 남기지 말아야 하죠.

근데... 밥맛이 없습니다. 있을리 있나요? 감옥같지 않은 감옥... 탈영하면 진짜 감옥으로 가야하는...

무엇보다고 이상야릇한 중압감에 밥이 넘어가질 않더군요... 그래서, 후딱 먹어치울라고 김치찌개에

밥을 넣고 비비는 순간... 앞에 앉아있던 선임해병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더군요.. "왜 그러지??"

 

그 옆에 앉아 있던... 쫌 끝발이 되어 보이던 선임해병이 묻습니다.

 

"쫄병!! 밥 맛있냐?"

 

"네!! 맛있습니다!!" 라고 다시한번 우렁차게 대답했습니다.

 

"그래... 많이 먹어라"

 

또다시 "네!! 알겠습니다!!"

 

여튼간에... 밥을 먹고 주계 밖으로 나가는데... 어떤 선임해병이 따라오라면서 주계 뒤고 오라더군요.

역시나... 예상했던데로 사각지대... 근데... 난 잘못한게 없으니 떳떳하죠.

 

"야.. 쫄병... 너 미쳤냐? 어디 쫄병이 국에다 밥을 처 말아먹냐. XXXXXXXXXXXXXXXXXXXX 야.

쫄병은 절대 말아먹거나 비벼 먹으면 안되고. 식사 끝나면 주계 주위를 돌면서 쓰레기도 줍고

그날 인계사항을 받아가야 한다. 그리고... 대답은 작고 최대한 기합든 목소리로... 중대안에서는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고 야외에 나오면 무조건 뛰어 다닌다... 알았냐?"

 

"네!! 알! 겠! 습! 니! 다!!"

 

"일단, 순검 끝나고 11시에 중대 휴계실로 와라. 선임들이 누워 자라고 해도 누워있다가 시간맞춰서

꼭 나와라" 라는 말과 함께 그 선임해병은 주전자를 들고 뛰어 갔습니다.

 

 

 

 

 

순검을 위한 준비


 

해병대에게 순검은 타군은 점호와 같은 것 입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최종 과업이죠.

내무실은 물론이고. 중대 목욕탕 화장실 등등... 구석구석을 물기 없이 광나게 닦아야 하는 시간.

 

다른 내무실은 일병선임이 파견(?)을 나왔습니다.

우리들에게 워커 손질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려고 말이죠.

그때만 해도... 본인의 워커는 물론이고 내무실 선임해병들의 워커까지 다 털어야 했답니다.

 

"너희 둘다 워커 털면서 내말 잘 들어라. 두리번 거리지 말고... 이따 11시에 휴계실에 집합하면

기수빨 쪽지를 줄꺼다. 그거 3일안에 다 외워라. 내가 아침 저녁으로 검사할테니까 잔대가리

굴리지 말고 무조건 외워. 그리고, 선임들이 뭐 물어보면 모름니다. 안됩니다. 이런말은 절대 쓰지 말어.

해병대에서는 모르는거 없고 안되는거 없다. 이럴 경우에는 "알아보겠습니다" 라고 얘기하면 되.

그외에도 할말은 많지만 몸으로 부딪혀보는게 제일 빠를꺼다. 이따보자"

 

 

선임해병은 간단한 주의사항을 말해주고 사라졌습니다.

 

순검시간... 요건 나중에 특집으로다가 엮어보겠습니다.

 

 

 

 

첫번째 집합


 

순검이 끝나고 역시나 멘붕상태인 쫄병 둘...

티비로 눈도 못돌리고... 담배도 못 피러가고... 그저 침상에 각잡고 앉아 서로 마주보고 있을뿐...

 

시간은 흐르고... 다리도 저리고...

세상에서 젤 답답한게 멍 때리고 장시간동안 앉아 있는것이란걸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짜증나더만요... 화장실을 가려고 해도 보고를 해야되고. 목이 말라도 내무실에서 물도 마실수 없고.

화장실가서 수도꼭지 틀어서 마셔야 되었죠. 그것도 선임들 몰래 말이죠...

 

취침... 낯설은 환경에 잠도 오지 않거니와... 11시 집합이 가슴을 두근반 세근반 때리고 있고...

드디어 11시 10분전... 근데... 아직 잠들지 않은 선임 몇명... 미치겠더만요... 나가긴 해야 되는데...

뭐라 그래야 되나... 오만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아플때쯤...

 

"쫄병!! 니들 휴계실 안가냐?"

 

'엥? 저 사람이 그걸 어케 알았지? 귀신이네.. 귀신이야...'

 

이걸 대답을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 라고 생각하고 있을때쯤...

 

"언능 일어나 가라구. 이 ㄱ ㅐ XX 들아!!"

 

"네! 알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번개처럼 일어나 쏜살같이 휴계실로 향했습니다.

 

 

2층에 있는 휴계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암흑세상... 아무것도 안보임... 안그래도 긴장되는데... 이건 뭐...

 

"쫄병!! 니들이 한 미친짓을 알고 있나?"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 미친짓은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분명 또 미친짓을 할테지만. 그때는 용서없다.

쫄병이라 어리버리하고 적응도 안될것 같지만. 니들보다 한기수 두기수 윗 선임들이 많이 도와 줄꺼다.

이왕 해병대 지원했고. 육지와는 달리 섬에 온만큼. 여기 생활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너희들한테도

도움이 될거다. 먼저 기수빨부터 다 외워라. 같이 생활하는 선임들 이름과 얼굴을 빨리 알아야

심부름 할때도 편하고.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것 아닌가. 윗사람 얼굴을 익히고 이름을 아는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지. 그리고.. 쫄병은 기수빨 외우는거 아무도 안볼때하고 내무실안에서 음식물 먹는

것도 안되고. 물도 마찬가지다. 쫄병은 무조건 시키는 것만 한다.."

 

그러면서 손바닥만한 종이 쪽지를 건네주는데...

대략 100여명의 기수와 이름이 적혀있는 쪽지였죠. 갑자기 눈앞이 컴컴~ 해지는게...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기수와 이름을 외워라? 이게 말이 됩니까? 나중에 알았지만...

충분히 말이 된다는... ㅎㅎ

 

한시간정도 다른 선임해병(기수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선임)들과 인사를 하고.

내무실로 쥐새끼 마냥 슬리퍼도 벗어서 손에들고 살금살금 들어가서 누웠습니다.

 

그 순간...

 

"야!! 쫄병!! 누가 니들보고 누워 자라 그랬냐?"

 

이건 또 무슨 ㄱ ㅐ 시추레이션이냐... 아직도 안자고 있었단 말이야?

 

"아닙니다~" 하면서 벌떡 일어나서 침상에 각잡고 앉았습니다.

 

"앞으로 잠자리에 들때 다 자고 있어도 무조건 경례를 해라. 그리고 누우라고 할때 까지 절대 눕지말고.

선임하고 눈빛마주치지말고. 선임한테 질문도 하지말고. 지원해서 온 만큼. 고생도 많을거다.

보이스카웃 캠핑온거 아니니까... 어느정도 적응될때까지 항상 긴장을 늦추지 말고 생활해라...

그러다 보면 저 문만 열려도 벌떡벌떡 일어나게 될꺼다. 쫄병은 다 그래.. 나도 그랬었고. 이 내무실을

거쳐간 많은 선임해병들이 다 그렇게 생활해 왔다"

 

"네!! 알겠습니다"

 

"그나저냐 샹... 내 짬밥이 얼만데 너희한테 이런 얘길 해줘야되냐... 아오~~ 샹. 언능 자!!"

 

"네!! 필승!!

 

이런식으로 하루가 마무리되고... 자면서도 긴장감은 계속 되었습니다.

대체 이런생활을 얼마동안 해야 되는거야? ㅠㅜ 아... 한번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더니...

딱 그꼴이구만... 일단 자자...

 

해병대 이병의 적응기 1편은 여기까지 하는걸로~~~

 

 

 

휴계실에서 이야기를 해준 선임이.. 일명 중대 보고자 라는... 일병 5호봉 정도의 선임이었습니다.

그 위로 상병 5호봉 선임이 있고... 병장선임 중에서도 한명 있더군요. 이런식으로 체계가 만들어져서...

상명하복의 규율을 만들도 거의 매일... 인계사항이라는 것이 떨어지는데... 이것도 위에서 아래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 집니다. 모든 중대원 전체가 인계사항을 알고 있어야 하죠.

 

누군가 지나가다가. "오늘 인계사항이 뭐야?" 라고 물었을때 우물쭈물 하다가는...

한치의 오차없이 찜질을 당해야 한답니다. 이런것들이 악습이라 생각될때도 있었지만...

 

나중에 밥이 쫌 차니까... "아... 이런것이 해병대 상하를 결정짓고 하극상을 막아주고... 그로인한

구타라던가 사고를 막아주는 역활을 하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외에도 여러가지 일들이 있지만...

다음시간 부터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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