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추석 연휴가 지나고, 연휴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이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
회사 대표님이 잠결에 개시를 받으셨는지 왠일로 하루를 더 쉬게 해주셔서 하루를 더 쉬었는데요...
쉬는것도 오래 쉬니까 출근해서 일하기도 싫고 몇일전에 진행중이던 일도 아른아른 거리더군요.. 저질 기억력..ㅋㅋ


오늘은 추석때 느낀것을 간단하게 올려보고자 합니다.

제가 사는 곳과 처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 하고 있습니다. 차로 30분~40분 거리 정도...
어른들의 얘기로 화장실과 처가는 멀먼 멀수록 좋다고 하시는데, 저는 뭐 그 뚜렷한 의미를 몰라서, 아니... 사실은 말같지
않아서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 맞겠네요 ^^
처가가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고.. 장모님 몸이 편찮으신 것만 아는 정도니.. 나쁜놈이죠? ㅠㅜ

장인어른은... 제가 결혼하기 전에 몇 년간 병치례를 하시다가 돌아가셨구요... 그 후로 장모님과 막내형님이 살고 계십니다.
장모님께서 작년부터 부쩍 건강이 나빠져서 음식도 잘 못드시고, 눈도 많이 나빠지시고, 심혈관계에 이상이 생겨서
병원약을 매일 같이 드셔야 합니다. 게다가 혈압까지 있으셔서 혈압 약도 같이 드시고 계시지요...

하여튼... 이번 추석때도 어김 없이 저희 집에 가서 차례를 지내고 추석 당일 날 처가에 갔습니다.
거의 4개월만에 찾아 뵙는 길이라서 너무 죄송하더라구요... (죄송 합니다.. 어머님...)
저녁 7시쯤 도착했는데... 예전 같은면 " 아이고 우리 박서방 왔는가? 어서오게 " 하면서 반기실 텐데...
이상하게 낮빛도 안좋으시고 걸음도 잘 못 걸으시는 것이 많이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가자마자 이런 얘기를 해서는 안되지만.. " 장모님 많이 안좋으신것 같으니 형님들 얼굴만 뵙고 가자 " 라고 안사람한테
얘기했습니다. 제가 워낙 다복하여(?) 아이가 셋이여서 이놈들이 떠드는 소리에 장모님이 쉬실수 없을것 같아서 말이죠...
그래도 사위 왔다고 힘든 몸을 이끌고 음식을 차려 주시는데 너무 죄송해서... 무어라 드릴 말씀도 없구요...
제가 워낙 과묵한 성격이어서 처가에 가도 말을 잘 안하거던요... 쩝...

식사를 마친후에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후... 갑자기 일어나는 장트러블... ㅋㅋㅋ 화장실로 직행~~ ^^
헉!! 화장실에 들어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벽마다 물때로 인한 곰팡이... 세면기는 말할것도 없고, 욕조, 바닥, 욕실문까지..
완전 곰팡이 천지였습니다. 처음엔 그냥 거무스름한게 묻어있는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목욕 용품은 그냥 좌르르 쌓여 있고, 변기 커버는 닦지를 않아서 이물질이 묻어있고... 헐...
제가 아는 장모님은 항상 부지런하시고 뭐가 있으면 언능 치워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시거던요...
나중에 알았지만... 장모님이 눈이 잘 안보이셔서 치우지 못하셨다고 하네요... ㅠㅜ

볼일을 보는 짦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 내가 무심했던건가? 저렇게 건강이 나빠지셨는데 그걸 모르고 바쁘단 핑계로 찾아뵙지도 않고...
  안되겠다. 안사람한테 얘기해서 내일 이 욕실을 청소해 놓고 가야겠다... "
화장실에서 나와 안사람을 불러서 간단히 얘기를 했습니다.
" 오늘 여기서 자고 내일 화장실 청소 만이라도 하고 가자. 어머님 힘드셔서 걸음도 못 걸으시는데.. 저걸 누가 치우겠어? "
안사람이 적잔히 당황하더군요... 사위가 처가에 와서 화장실 청소하고 가자고 하니까 말이죠...
그리하야... 다음날 아침!! 대대적인 청소에 들어갔습니다.
천정부터 시작해서 벽, 바닥, 세면도구, 변기... 할것없이 모두 광을 냈죠.
오래된 세면용품들은 전부 다 내다 버리고, 슬리퍼와 휴지통, 치솔을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새것으로 교환했습니다.
속이 다 시원하더군요 ㅋㅋㅋ   집에서도 잘 안하는 걸 처가에 와서 하는 걸 본 안사람은 고마움의 눈물까진 아니고... ㅋㅋㅋ

처가를 나올때까지 어머님은 침대에 누워 계셨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몸은 자연스레 노쇄해지는 것이지만,
그래도... 어머님의 뒷모습은 너무도 쓸쓸해 보였습니다. 항상 여장부 같은 모습이셨었는데 말이죠...
집에오는 차안에서 " 우리 일주일에 한번은 꼭 찾아뵙구 식사도 같이하고, 청소도 해드리고 그러자... " 라고 안사람한테
얘기 했더니만, 연신 고맙다고 하네요... 그런 말 듣자고 한말은 아닌데 말이죠...



흔히... " 며느리가 내집에 잘해야 내가 처가에 잘하는 것이 맞는게 아닌가? " 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 생각이 틀린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런 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이 너무나 싫습니다.
사람의 관계를... 한평생 나와 함께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기브 앤 테이크 라는 틀속에 살아야 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렇다고 제 안사람이 저희 집에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해 말아 주시길... ^^
누구한테 무엇을 얻어서 그 사람을 존경하고, 공경하는 것은 사람이 할 도리가 아니라 생각 합니다.
내 아내의 부모이면... 나 한테도 부모란 생각... 결혼할때 가졌던 생각을 아직도 가지고 계신가요?

결혼 예식을 올릴때 양가 어르신께 큰절을 올리고 양가 부모님을 잘 공경 하겠다고 맹세를 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가지고 자신만의 가정이 이루어지면...
사람들 앞에서 처음에 한 약속을 서서히 잃어버리기 일수 입니다. 많은 핑계와 함께 말이죠... 점점 묻혀져 갑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부모님들은 그렇게 큰 것을 바라고 계시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저... 자식들 잘 되는것... 불화 없이 부부가 잘 사는것... 손자 손녀들 아프지 않고 잘 크는것...  그렇죠?

제 주변을 둘러보면 가족의 관계를 " 주고 받는.. 기브 앤 테이크 " 의 범주 안에서 보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특히 처가와의 관계를요... 아직도 그 시시한 남존여비 사상이 살아 있어서 그런것일까요?
아니면 무섭게 진화하는 이 세상이 만들어낸 돌연변이 같은 존재일까요?


어쨌든...
어제 장모님께 다녀오려 했는데, 제가 일이 너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오늘 다녀 왔네요...
제가 큰 맘먹고 얼마전 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데요.. 날씨도 서늘 하길래 안사람은 아이들과 차로 움직이고
저는 자전거를 타고 갔습니다. 왕복 60 킬로... 고독한 레이스였죠 ㅋㅋㅋ
지난 추석 때 보다는 한결 나아지신 모습을 찾아뵙고 왔습니다. 아직도 식사를 잘 못하시더군요... 쩝....
육신의 질병은 어쩔수 없다 하지만, 마음의 병까지 생긴다면 그건 자식들의 죄가 아닐까 합니다.
일주일 동안 파워레인져를 조련하여 춤을 가르쳤는데, 그걸 보고 장모님이 웃으시네요 ㅎㅎㅎ
그리고 장모님께 조금 괜찮으시냐고.. 이런 저런 농담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한민국 부부 여러분!!
오늘은 부모님께 효도하는 날입니다. 내일도 모레두요.. 전화 한통하는거... 그리 어려운일 아니잖아요?
토요일 까지 열심히 일하고 가까이 계시다면 잠깐 찾아 뵙는거... 그리 어려운일 아니잖아요?


PS) 그나저나... 오늘의 고독한 레이스로 인해 제 양 다리가 붙어있는건지 뭔지 모르겠네요...ㅠㅜ
엉덩이도 치질 환자처럼 뭐 안깔고 앉으면 못 앉을 정도로 많이 아프구요...
나름 한계를 시험해 보고자 해서 타 봤는데.. 너무 무리한것 같네요.. 내일 해를 볼수 있으려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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