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연재글] 해병대 훈련단편  -  순검


오랫만에 해병대 연재글을 씁니다. ^^
그 동안 해병대에 대해서 말도 많아서 기분도 안좋고, 나름 너무 바쁘게 지내서 시간이 없었네요..
처음 연재글을 쓸때는 일주일에 무조건 하나씩 올리려고 했는데, 이노무 정신머리가... ^^

오늘의 이야기는 훈련단의 순검에 대한 얘기 입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아주 치가 떨리네요... ㅠㅜ
해병대 순검은 타군의 점호와 같은 맥락 입니다. 하루 일과의 마지막으로 개인의 위생점검이나, 내무실의 위생상태 등을
체크하는 마지막 코스랍니다. ㅋㅋㅋ

*** 주의사항 ***
제가 올리는 글은 지금으로부터 15년전의 군생활 이야기 입니다.
지금의 군대와는 많이 다를 줄로 생각 됩니다. 그러니, 옛날 이야기 하는구나... 이렇게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해병대 연재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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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검의 목적!!    
    
순검은 그날의 최종 과업으로서 인원 이상 유무, 취침 상태, 청결 정돈 및 명일의 전투준비에 만전을 기함에 있다!!


 
하루의 마지막 과업이며 산천 초목이 벌벌 떤다는 해병대 순검!!
피곤에 쩔은 몸을 또다시 분주히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 바로 이시간!!  하루의 마지막 과업인 순검을 준비하는 시간 입니다.
가입소 기간... 순검 시간에 언넘이 기침하다가 훈련교관 한테 떡이 되도록 맞은 것을 직접 목격한 787기 동기들은,
이 시간이 무시무시한 시간인 것을 눈으로 귀로 체험하였기에 가장 어려운 시간이 아니였을까 합니다.

순검의 목적은 위의 말 처럼 인원 이상 유무, 취침 상태, 청결 및 정리 정돈에 있다 하는데...
훈령병들의 순검의 목적은 꼬투리 안잡히고 잘 넘어가는 것입니다. ㅋㅋㅋ

각 소대별로 청소하는 구역이 정해지고 내무실부터 중대 구석구석까지 모두다 쓸고 닦고 광을 내야 합니다.
훈련단 초반에는 사격훈련이 없고, 총기를 잘 만지지 못하기 때문에 총기 검열은 적은 편이었으나,
중반에 가면 총기 검열까지 하니... 아주 난리 부르스가 아니죠...

게다가... 훈련병들 끼리 얘기를 한다거나 이빨을 보이며 웃는 것은 절대 금지되어 있는 것이어서 이중고를 겪었답니다.. ㅠㅜ
솔직히 말하면... 감옥보다 더 혹독한것 같더라구요... 뭐 이런데가 있나 싶구요... 계속되는 후회...
그러나 후회란 생각조차 하기 힘들게 훈련병들을 쪼여대는 악마같은 훈련교관...
지나서 생각해보면 이런 식으로 훈련병들을 정신없게 만드는 것이 훈련병들에게는 시간도 빨리가고,
집을 그리워 한다던가, 탈영을 생각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수단이라 생각이 되더군요...

위의 사진 보이시죠? 그냥 지나가면서 보면 " 군대가 다 그렇지 뭐..." 하시겠지만...
다른건 둘째 치고 훈련병들의 슬리퍼를 보세요... 해병대는 오와 열에 죽고 살며 무엇이든지 각을 잡는 군대!!
내무실의 정리 정돈 뿐 아니라 정렬할 때도 오와 열을 맞춰서 정렬을 해야 합니다.
슬리퍼 코가 쫘~악 맞은거 보이시죠? 저것이 기본 이랍니다. ^^



훈련교관의 쩌렁 쩌렁한 목소리가 온 중대를 울립니다.


             각~~~ 소대들어!!   대한민국 해병대 787기 1중대 1소대!! 순검... 순검!!

드디어 악마같은 훈련교관의 외침과 함께 해병 787기의 순검이 시작됩니다.
소대 내에서 가장 키 큰 동기가 순검 보고를 하게 되는데... 이 넘을 뭐라 부르는데... 까 먹었네요... ^^
이거 뭐... 민간인이 하루 아침에 그게 됩니까? 대충.. 총원 몇에, 열외 몇... 이정도 얘기하는 것인데...
훈련교관의 중압감에 말을 더듬고 까먹고 아주 난리가 아닙니다.
실수하는 본인도 그렇겠지만 그 뒤로 서있는 동기들은 등줄기에 땀이 줄줄줄 흐르고...

이에 격분한 훈련교관의 한마디...

" 대한민국 해병대 787기!! 이것 밖에 못하나? 이것 밖에 안돼!!  이래서 빨간 명찰 달겠어? 어? !!! "


자신있게 대꾸 하는 넘 하나 없이 훈련교관의 목소리만이 내무실을 둥둥 떠 다니고...

" 지금 실시 하게 되면... 가장 빠른 동작으로 깍지를 끼고 이층 침상에 발을 올린다.. 실시!! "


헐... 그게 그렇게 빨리 되나요? 그 당시 이층 침상은 그 높이가 150cm 정도 되었는데,
다리가 길고 키 큰 녀석들 이라면 모를까 키 작은 녀석들은 발을 올리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때... 저 앞에서 들려오는 소리...

" 동작이 이것 밖에 안되? 이런 완만한 동작으로 어떻게 해병이 되겠어!! 엉??!! "

훈련교관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직 자세를 취하지 못한 녀석들을 워커발로 걷어차기 시작했습니다.
순검 정렬을 키순으로 하기 때문에 키 큰 녀석들이 중점적인 대상이 되었고, 저 처럼 작은 녀석들은 그나마 시간을 벌어서
정확한 자세를 취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때 딱 한번.. 키 작은게 얼마나 고마웠던지... ㅋㅋㅋ
해병되기 정말 어렵습니다... 뭔 말만 하면 " 이래서 해병이 되겠냐고... " 그 말부터 합니다.
다시정렬...

" 눈알 굴리는 소리!! 숨쉬는 소리!! 이 훈련교관 귀에는 다 들린다!! 지금부터 순검을 시작 할텐데..
  순검시에 눈에서 눈물 안나는 놈은 눈 깜박거린것으로 간주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하겠다!! 알았나? "

" 네! 알겠습니다!!

사람이 말이죠... 눈을 깜박거리지 않고 계속 뜨고 있으면 눈물이 나지요? 바로 그겁니다.
눈깜박이는 소리조차... 숨쉬는 소리조차... 절대 용납안되는 것이 해병대 순검 시간입니다.
사실... 눈깜박이고 숨쉬는게 들리겠습니까? 그만큼 이시간에 집중하고 다른데 정신팔지 말라는 것이겠지요...





보고자의 인원보고가 끝난후 순검번호를 각자 외침니다. 1번부터 끝까지요... 몇번이 끝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요..

아마 70번때 후반까지 있는것으로 살포시 기억이 나네요... 저질 기억력 입니다. ㅋㅋㅋ
첫번째 순검에서 있었던 에프소드 인데요...

세상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일번부터 끝번까지 번호를 외침니다. " 하나, 둘, 셋, 넷~  쉬은 아홉, 일흔!! " 헐...
쉬은 아홉 다음에 예순인데, 일흔을 외쳐버리는 70번째 동기... 순간 여기저기서 " 풉~ " 하는 소리의 웃음소리가...
이것을 목격한 훈련교관...  어김없이 복도 정중앙에 로보트 처럼 서있는 훈련교관의 나지막한 음성....

" 웃어? 웃어? 니들이 오늘 뒈질라고 제사를 지내는 구나. 동기가 실수를 했는데 웃는단 말이지?
  동기애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ㄱ ㅐㅅ ㅐ끼들!! 너희한테는 자비란 글자도 아깝다!!
  지금 실시하게 되면 총알같은 속도로 빤스바람으로 연병장에 집합한다. 15초의 시간을 준다.. 실시!! "

훈련교관의 불호령으로 갑자기 난장판이 된 내무실...  전쟁인 나면 이정도 동작이 나올까요? ㅋㅋㅋ

겁나게 뛰어도 연병장 까지 15초안에 못갑니다. 슈퍼맨도 옷 갈아 입는 시간이 15초는 더 걸린텐데 말이죠...
옷을 훌훌 벗고 귀신같은 속도로 연병장을 향해 달리는 동기가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동기도 있었으니...
이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훈련교관이 아닙니다. 무자비한 손속으로 동기들을 내려치는 훈련교관... 악마... ㅠㅜ

" 이런 동작으로 해병이 될수있을것 같아? 빨리 안나가? 어? !!! "

훈련단 초반에는 개인 이기주의가 팽배합니다.
동기라고는 하나... 조선 팔도에서 모인 장정들이기에... 서로 성격도 안 맞고, 신경전 또한 치열하지요...
이것이 숫놈의 근성인가요? ㅋㅋㅋ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내무실...여기 저기서 두드려 맞는 소리... 아예 끌려나오는 넘... 아주 가지각색 입니다.
연병장에 집결한 동기들은 그 후로 1시간 가량을 이리구르고 저리구르고 혹독한 기합을 받습니다.
딴 생각 할 겨를이 없습니다. 힘들다는 생각도 안날 만큼요...

해병 싸대기와 이단 옆차기가 눈앞에서 휙~휙~ 지나가면서 길고 긴 공포의 순검시간이 마무리 됩니다.
순검도 훈련단 생활 초반에만 힘들고 어렵지... 나중되면 적응이 되서 괜찮더라구요...
무엇이든지 적응될 때 까지가 가장 힘든과정이 아닌가 합니다.. ^^

더 많은 사건들이 있었으나... 글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것 같네요... 저의 기억력도 그리 좋지 못한 편이구요... ㅋㅋㅋ

많은 분들이 해병대에 대해서 안좋게 생각하시는 줄로 압니다. 잘못한것은 호되게 혼나야겠지요...
그런데요... 너무 색안경끼고 보지 마시구요... 해병대 전우회 같은 곳에서는 전역후에도 사회봉사 활동을 열심히 합니다.
비행 청소년 선도 활동이나 불우이웃 돕기... 등등... 안보이는 곳에서 소리없이 묵묵히 봉사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 사람의 잘못으로 그들을 다 싸잡아서 욕하기에는 무리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네요...

하여튼... 오랫만에 예전 고생했던 시절을 떠 올리면서 글을 올리니... 옛 생각에 기분이 좋습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기는... 싫지만 ^^  그 때가 너무 그립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군대생활에 관련한 글을 올리면 간혹 현역이나 예비역 선임.후임님 들께서 방문해 주시는데
혹시나 저를 아시는 분이 있다면 방명록이나, 이글의 하단에 비밀댓글로 연락처를 밝혀 주셨으면 합니다.
제 소개를 안드렸군요.. 이런 멍청한...ㅋㅋㅋ
필승!! 저는 해병대 예비역 787기 박헌수 라고 합니다. 백령도에서 근무했으며 본부에 있었습니다.
선임해병님들...후임들 연락처를 통채로 잃어버려서 전역후에도 연락도 못했네요... ㅠㅜ 동기들두요...


대한민국 해병대 787기!! 예비역 병장 박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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