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현빈이 해병대 훈련단에 입소했죠?
현빈을 좋아하는 팬들이 포항까지 내려가서 배웅해 주고,
현빈은 고마운 마음에 눈물흘리고, 큰절까지 하더군요...
이제 현빈도 해병대 입대했으니 제 후임이 되었네요 ㅋㅋㅋ

"현빈!!  고생해라!!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유명인이나 일반인이나 군대 가는 마음은 같을 것입니다.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
이 말은 군대갈때가 가장 잘 어울리는것 같군요 ^^

지난번 "해병대 지원"에 이어서 오늘은 "해병대 입소"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 경험을 바탕으로한 15년전 이야기 입니다.
지금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태클 걸지 말아주세요 ~~  ^^





내 인생의 용광로!! 해병대로~~


해병대 합격소식이후 가장 먼저 정리한것이 회사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직장생활을 한 곳이죠. 그러니까 1년 6개월 정도 됐네요...
그동안 가족처럼 아껴 주시고 많은걸 가르쳐 주셨던 소장님과.. 실장님... 이하 직원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휴가 나오면 꼭 찾아 뵙겠다는 약속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다시 못 볼 사람들은 아니지만 몇 년 못본다 생각하니 눈물이 찔끔...ㅠㅜ

남은 시간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요...
딱히 할게 없더라구요. 뭐 이런...
고등학교 삼총사가 있었습니다. 그중에 한놈은 해군 지원해서 가버렸구요,
한놈은 직장생활 하는데 오후 8시나 되야 퇴근을 하구요...
그렇다고 오후 8시까지 집에서 뒹굴거리며 있을 노릇도 아니자나요? 시간낭비죠...
여친 이라도 있으면 만나서 여행도 같이 가고 남은 시간 많은 추억을 만들수도 있을텐데 말이죠..
여친과의 이별로 군대 지원한 놈이 이런 생각 하면 뭐 하겠습니까? ㅠㅜ

그래서 군대가기전에 친지분들을 찾아 뵈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사실은 용돈받으러 다니는 거죠? ㅋㅋㅋ)
장장 보름 동안 친가집 외가집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마쳤습니다.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중에 공통적인것이 있더군요... 

"너 해병대 간다구? 이야~~ 너 그렇게 안봤는데 말이지...~~"

헐... 그럼 여태까지 날 어떻게들 보셨다는 얘기들이신지... ㅠㅜ





입대 열흘전 쯤인가 봅니다.
친구놈들이 마지막 휴가를 알차고 재미있게 보내자고 해수욕장에 가자고 하더라구요.
기가막힌 추억을 만들어 준다나 뭐라나.... 온갖 감언이설로 꼬시길래 쫓아갔더니만...
헉!!  여친 데리고온  ㄱ ㅐ 노무시키는 대체 뭐란 말입니까??
다들 아시죠? 여름휴가의 꽃은 해변가의 헌팅에 있다는거!! 이런 기본적인걸 무시하고 말이죠.
가자마자 짜증이 솟구치고.. 아니나 다를까 거의 새벽까지 술을 퍼마시고,
해가 중천에 떳을때 일어나서 해장한답시고 라면에 소주먹고... 젠장할... 이것들이 친구이긴 한건지...

아~!!  해수욕장에서 봤던 해병대 아저씨 얘기를 잠깐 할께요..
해수욕장 매점에 들어 갔는데 검은색 민소매를 입고 머리에는 벙거지를 쓰고
민소매 등짝에는 휘황찬란한 용 한마리와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는
옷을 입고 있는 아저씨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추측하건데 이 아저씨는 분명히 해병대 출신이었습니다.


"아저씨... 해병대 나오셨나요?"
"네...그런데요?"
"저 8월7일에 해병대 가는데요.. 해병대 힘드나요?" 실실 웃으면서 말을 건넸습니다.
"죽지않을만큼 훈련 받고 죽지않을만큼 맞는단다. ㅋㅋㅋ" 어라? 왠 반말?
"정말 이에요? 에이~~ 농담하지마세요~~"
"니가 지금 현역이었다면 그렇게 실실쪼개면서 나를 볼수 없었을텐데..."
"네??.... "
"그런게 있다. 갔다와 봐라.
 그리고 여기서 나를 다시 보게 된다면 내가 지금 왜 이런 얘기를 했는지 알게 될꺼야 ㅋㅋㅋ"

참... 겁나는 아저씨 였습니다. 그냥 좋은말 좀 해주지...
그 아저씨의 말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딱3개월 걸리더군요...ㅠㅜ  죽지않을 만큼 이란 단어.... ㅎㅎㅎ





이놈들과 더 있다가는 꼭지가 돌아버릴것 같아서 이틀후에 서울로 올라와 버렸습니다.
집에 가도 별루 할건 없지만 몇일 안남은 시간을 부모님과 같이 있어야 할것 같아서 말이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해병대 안가고 싶어지데요...ㅠㅜ
해병대는 지원해놓고 안가도 됩니다. 지원에 대한 특성이라고나 할까요?
해병대 입소 영장이 8월 7일... 육군 입소 영장이 8월 8일로 나와있었습니다.
7일날 해병대 안가면 8일날 육군에 가도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전편에 얘기 드렸던 불량 조언자들 있죠? 엄청 꼬시더만요. 하루만 더 놀구 육군가라고요...
이왕 갈거 해병대 갔다 오라고 할때는 언제고... 참 알수없는 양반들입니다 ㅋㅋ
아주 잠시 흔들리기는 했으나... 얻어먹을꺼 다 얻어먹고, 해병대 간다고 큰소리 뻥뻥쳤는데
어찌 안갈수 있겠습니까? ㅠㅜ

입대 하루전....
헤어진 그녀가 보고 싶더군요...
미친척하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녀 목소리 마지막으로 들은지가 7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잊혀지지가 않더군요...


"어... 나야.. 잘 지냈어?  나 내일 군대가..."
"군대 간다고? 왜 이제 연락했어? 진작 연락했음 맛나는 거라도 사줬을텐데.."
"아니야...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 나 갔다 올께..건강하구..."
"휴가 나오면 꼭 연락해~~  아프지 말구 건강하구.... 잘 다녀와..."

그녀와의 이별후에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미안하단말 한마디 못했네요...
자세한 내용은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라... 생략합니다 ㅋㅋㅋ

밤새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는데 8월의 더위와 따가운 햇살이 잠을 깨우더군요..
감회가 새롭다 해야되나요?  아침마다 보았던 이 공간도 오늘이 마지막 이네요...
어머님께서 정성스레 준비해 주신 아침을 먹고 아버지를 만나러 갔습니다.

"아버지... 저 갔다 올께요... 건강하세요.."
"근데 있잖냐... 니가 해병대를 왜 가는거냐?"
"네?  그냥요... 어차피 가야하는 거잖아요.."
"그래 건강히 잘 다녀와라..."


제가 해병대 가는게 영 못마땅 하신지 조금은 노하신 음성이었습니다.
이렇게만 보시면 제 아버지가 못된 계부이신줄 아시겠네요... ㅠㅜ
그건 아니랍니다.. 정말 좋으신 아버지 입니다...
지금 제가 아이를 낳아서 키워보니까 아버지께서 그때 제게 왜 그러셨는지 알수 있을것 같네요.
고생 많이 한다는 해병대를 지원해서 간다하니.. 어느 부모가 속상하지 않을까요?
아마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표현이 아니였나 합니다.





어머님과 동갑인 사촌과 함께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이제 28개월 동안의 길면 길고 짧으면 짧다는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포항... 태어나서 한번도 가보지 못한곳에 훈련을 받으러 갑니다.
지금 가는길이 잘 선택을 한건지 어떻게 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후회없는 길이 되길 바라면서...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오천읍 세계리...  해병대 1사단!!
참고로... 해병대는 훈련소라 하지 않습니다. "훈련단"이라 합니다. 줄여서 "훈단" 이라고도 합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아무생각이 없어지더군요...
이제 정문앞에 왔는데 말입니다.  그 위압감은 지금도 생각해도 치가 떨립니다.

어머님과 마지막 점심식사를 하려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짧은 머리의 입소자들이 즐비하고... 하나같이 웃음없는 무표정한 얼굴들이고...
밥이 입으로 들어 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어릴때 부모님이 숫가락에 반찬 얻어주시곤 했죠?
어머님이 들어가면 입에 안맞아서 몇끼는 제대로 못먹을테니 많이 먹고 들어가라고
제 수저 위에 받찬을 올려주시네요... 눈물이 핑 돌고...

식사 후에 입소자들이 대기할수 있는 장소로 자리를 옯겼습니다.
정문 양 옆으로 헬멧을 잔뜩 눌러쓴 헌병들과... 그 뒤로 보이는 해병대를 상징하는 탑...
그곳을 지나서 부대 안에 대기 장소인 PX 비슷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장례식장도 아닌데 눈물 흘리시는 부모님들... 그리고 여자친구...
탁자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어머님이 옆에 있던 실무병 한테 말을 거셨습니다.


"저기요... 해병대 훈련 많이 힘든가요?"
"아닙니다! 다 견딜만한 훈련들입니다.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제 기억으로는 일병으로 기억됩니다만...
목소리가 크지는 않지만 절도 있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대답해주더군요..
그러더니 저를 보고 살벌한 미소를 짓는 그 사람....

그러던중에... 밖에서 확성기로 떠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금일 입소자들은 밖으로 나와서 줄을 맞춰 서주십시오!"


이제 정말 헤어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21년간 살았던 자유로운 세상과... 나를 누구보다 사랑해 주셨던 어머니와....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선택한 길이라 후회는 없어요..
 좀 떨리기도 하고 가족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잘 견뎌낼께요...
 아들 믿으시고 울지 마세요...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님의 손을 꼭 잡아 드린후에 큰절을 하고 대형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8도에서 모여든 이름모를 사람들...  이들이 해병대 787기 동기들입니다.
훈련교관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열을 맞추라고 얘기하고,
입소자들은 멀찌기 떨어져있는 가족들에게 손 흔들어 인사하고...
완전 ㄱ ㅐ판 오분전 입니다.. ㅋㅋ 

입소자들의 인원 파악이 끝나고 787기 동기들은 부모님이 계신곳을 향해 인사를 했습니다.
훈련교관들이 좌우로 지나 다니면서 하는말...


" ㄱ ㅐ xx들 인사 똑바로 안해? 니네는 오늘 지옥에 온거다. 다 죽여버릴 테니까 각오해!"


부모님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왔다 갔다 하면서 입소자들을 압박하더군요...

훈련교관의 지시대로 부모님들께 마지막 인사를 하고 훈단 안으로 걸어들어 갔습니다.
100미터 정도 갔을까요?
그때부터 훈련교관은 사람이 아니라 미친 ㄱ ㅐ 로 변신을 합니다. ㅠㅜ


"787기! 니들은 오늘부로 사람인걸 포기해라! 내가 진정한 해병으로 다시 만들어 줄테니까!"
"이런 xxx들!!  열 맞추라는데 빠라라 했다 이거지?  열 맞춰!! 말 못알아들어!!?"
"787기 앞으로 갓!! 하나 둘 셋 넷 하나~둘~~  하나~ 둘~~"


몇번을 가다가 서다가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리걸음.. 쪼그려뛰기...  아주 죽일라고 작정하고 덤비더군요.. ㅠㅜ
이렇게 해서 해병대 입소의 첫날이 시작 되었습니다.






제가 최대한 순화해서 말씀드린건데요... 훈련교관들의 말은 3분의 2가 욕입니다. ㅠㅜ
기분 나쁘셨다면... 어쩔수 없습니다  ㅋㅋㅋ
입대할때 술먹고 간것도 아닌데 필름이 중간 중간에 끊기네요 ㅎㅎ
연결이 매끄럽지 않더라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은 "해병 2훈단" 에 대하여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군사 보안적인 내용이 많아서 좀 재미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오늘도 화이팅 하세요~~

그런데.... 현빈은 지금쯤 뭐하려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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